자영업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보면 대다수가 뭘 창업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창업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준비하는 업종이 바뀐다. 고깃집은 기본이요. 커피숍, 치킨, 피자까지 이걸 보면
저것이 나은 것 같고, 저것을 보면 이것이 또 나은 것 같다.
혼자서는 결정이 쉽지 않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긴 받아야 하는데, 프랜차이즈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도움을
받을 곳은 아무도 없다. 이럴 때 창업과 관련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셀 수 없을 만큼 나오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이 바로 창업의 A부터 Z까지 함께 해 준다는 창업컨설턴트들이다.
나 자신도 회사부도 후 창업을 위해 이들과 접촉해 본적이 있다. 나는 어떤 일이든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 정보에 따르는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항상 생각했다.
그때 나는 커피전문점을 해보고 싶었다. 힘들게 밥 한그릇 팔아서 남는 돈보다, 커피 한잔 팔면 남는 돈이 더
많다는 것이 당시의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었기에 커피전문점을
주업종으로 한다는 창업컨설턴트와 먼저 접촉해 보았다. 내 생각과 달리 그는 컨설팅을 위한 계약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컨설팅비를 어떻게 지급하냐는 나의 물음에도 그는 필요 없다고 했다.
대신 창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얘기하자고 했다. 좋다고도 나쁘다고 할 것도 없었다.
컨설턴트 A와 처음 만난 날.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그는 다짜고짜 가용자금이 얼마인지 물었다.
대출을 받지 않는 이상 나의 가용 자금은 억지로 긁어 모은 일억이 전부였다.
A는 나에게 대출을 받을 의향이 없다면 그 돈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실 테이크아웃 커피가 딱 이라고 했다.
A가 나에게 약 한시간 동안 고속도로 커피 매장에 관해 해 준 컨설팅의 내용은 이렇다.
투자비는 권리금 5천, 보증금 5천, 매출의 35~40%를 휴게소에 수수료로 내든가 아니면 임대료 + 관리비를
내면 된다고 했다. A는 짧고 가늘게 먹으면 된다고 하며, 버는 만큼 내는 수수료 방식으로 하고, 편하게 오토로
운영하고 월말에 한번 가서 정산만 하라고 했다. 그것이 초보인 내가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일단 A에게는 일주일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나는 A가 얘기해 준 고속도로 휴게실 커피매장에 가보았다.
평일인지라 한산했다.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에게 커피 한잔을 청하자 에스프레소가
아닌 드립식으로 내린 커피 한잔을 종이컵에 부어 주었다. 뜨겁지 않고 다소 미지근한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다.
또 볼 사이가 아니기에 커피 맛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커피를 마시며 한시간을 지켜보았지만, 커피를 사가는 사람은 다섯명 정도였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판기나
이용했다. 편의점에 있는 커피를 사갔다.
A는 1억 투자하면 다 제하고도 월 오백은 가져간다고 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한잔에 천원하는 커피 팔아서
휴게소에 매출액 대비 수수료로 35% 떼주고 재료비에 일하는 사람 인건비까지 제하고, 월 오백을 벌려면 한달에
천오백. 하루에 오십만원은 올려야 오백은 가능했다. 오가는 손님을 지켜보니 오십이란 금액도 요원해 보였다.
계절적 요인도 있어서인지 내가 갔던 여름에는 하루에 십만원도 올리기 힘들어 보였다.
A에게 권리금에 대해 물었다. 내가 장사를 그만두어도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A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통상 휴게소 매장은 오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그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계약을 해야 하며, 매장을 운영하는
권리금은 매번 휴게소에 낸다고 했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계약기간 3년 동안 오천만원 권리금까지 뽑으려면
월 사백만원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 결국 하루에 60~ 70만원은 팔아야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았다.
또 커피매장에 있는 시설비로 천만원을 별도로 주어야 한다고 했다.
쉽지 않아 보였다. 꼴랑 1억 투자해 매달 500을 편히 가져가는 장사는 없었다. 아니 그런게 있다면 나에게까지
돌아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A를 통해 추가로 알아본 고속도로 커피점문점은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거의 대부분이 한 2년 정도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겨서 권리금을 챙기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 했다.
A가 나에게 소개시켜 준 커피숍도 벌써 이년을 넘겼고, 새로운 점주를 구하려고 하는 단물 빠진 커피매장이었다.
A는 매출이 일 평균 최하 70에서 주말이면 150 이상도 나온다고 하며, 3년이면 권리금을 배로도 뽑는다고 했지만
매장을 하루종일 지켜본 나로서는 아니올시다였다. 다만 내가 직접 운영하면 월 삼백은 가져 갈 수 있겠지만,
투자한 권리금에 대한 회수는 멀어보였다.
자칭 전문컨설턴트인 A가 나에게 해준 것은 무엇인가? 나중에 들었지만, A는 수수료를 커피매장을 넘기는
점주에게 받는다고 했다. 물론 어리숙한 호구를 만난다면 나에게도 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창업의 파트너로서 기대했던 A는 컨설턴트가 아닌 그저 그런 브로커였다.
그 외에 우동, 치킨, 고깃집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를 만나보았지만 모두가 다를 바가 없었다.
모두가 브로커였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무 가게나 빨리 차려 수수료를 받아내는 것이 목적인
브로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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