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과 백종원
골목식당과 백종원
솔직해 지자. 당신이 하려는 식당은 당신이 창업을 준비하는 식당은, 당신이 오픈하려고 하는 피자집, 치킨 집은, 소자본으로 당신이 창업을 하려는 모든 업종은……
그 모든 업종에 대해서 당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말 장사에 자신이 없는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돈을 좀 더 들여 반드시 일류 프랜차이즈의 체인점을 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주변을 둘러보라. 이름 모를 수없이 많은 가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중에서 나름 지명도가 있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유행이 지나고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브랜드는 여지없이 사라졌다.
그래도 유명 브랜드는 아직 살아남았고, 꿋꿋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장사를 하고 있다. 아무리 골목 상권이든, 얼마의 돈이 투자되었든 유명 프랜차이즈는 일단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우리가 꿈꾸고 추구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유명 프랜차이즈로 창업 하기를 권한다. 하루하루 매출액을 확인해 보며 숨 막히는 현실을 버티어 나갈 자신이 없다면 당신은 반드시 유명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창업을 하라.
그리고 솔직해 지자. 나의 현실과 위치를 망각하지 말자. 필자가 존경하는 분 중에 백종원 대표가 있다. 물론 만나보거나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쓴 모든 책을 읽어보았으며 TV에 나오는 날이면 거의 모니터링 했다.
필자가 보는 백종원 대표는 솔직하다. 현실을 피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백종원 대표를 잘 모르는 사람이 백종원대표를 욕한다. 조미료와 설탕 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조미료의 유해성에 대해서 이 책에서 논하지 않겠다. 필자는 99%의 식당이 조미료를 쓴다고 단언한다. 산골짝, 어느 낙도의 민박집 식당에서도 조미료를 쓴다. 미원이 갑자기 떨어져서 못 넣은 게 아니라면 조미료는 누구나 쓴다. 그러면서 그 사실을 숨긴다. 필자가 백종원 대표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렇다. 필자가 지금까지 사서 모은 요리책만 해도 몇 백만 원은 될 것이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의 책을 읽고 난 후 이런저런 요리책 거의를 버렸다.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요리를 해도 식당에서 먹어 본 익숙한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무언가 밍숭밍숭한 그런 맛이 났다. 가끔은 소고기를 넣고, 멸치로 그리고 디포리로 국물을 우리는 그런 방법도 강구해 보았지만, 그래도 밍숭밍숭 하기만 했다. 열 시간 가까이 가스불 앞에 지키고 앉아 멸치, 다시마, 디포리, 황태머리, 양파, 무, 마늘, 한약재, 찹쌀 등 나름의 비법이라는 것을 모두 넣고 보약을 달이는 심정으로 끓여보았지만 현실은 밍숭밍숭한 가마솥 가득 끓고 있는 어설픈 육수뿐이었다.
백종원 대표의 책에서는 손 맛같은 알 수 없는 비법은 등장하지 않는다. 제철에만 나는 재료로 정성을 들여 준비하는 그런 음식 또한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식당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러한 모든 것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거짓이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구현하기가 어렵다. 백반 육천 원. 국수 삼천 원을 받아서 월세 이백만 원 낼 수 있겠는가? 찬모, 서빙까지 사람 두 명 쓰고 하루 최소 12시간 식당에 매달려서 얼마를 벌 수 있겠는가?
백종원 대표는 솔직하다. 맛을 내기 위해서 조미료를 쓰라고 이야기 한다. 투입되는 양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조미료를 넣는 것에 대하여 백종원 대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조미료를 누구나 넣는 줄 알고 있는데 안 넣는 것처럼 포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종원 대표는 조미료를 넣으라고 한다. 식당의 음식 비법 노하우가 별 것 아니다. 생생정보통인가? 자가 제조 스프를 쓴다는 라면을 하는 식당에서 비장의 비법이라고 하면서 정체불명의 스프를 보여주었다. 요즘 TV는 고화질이라 그 장면이 굉장히 생생하게 나왔는데 그 스프의 구성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스프에 섞여있던 조미료는 분명히 보였다. 대박집이라는 그 식당의 비법은 결국 조미료인 것이었다. 사실 스프의 내용물이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조미료가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다른 어떤 재료를 넣어도 조미료를 넣는 것처럼 강력한 맛의 상승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 그 비장의 비법은 결국 조미료인 것이다.
식당을 할 당신은 분명 알아야 한다. 양심을 팔 필요는 없지만, 양심을 속일 필요까지는 없다.
단골 위주의 장사, 한번 온 손님은 두 번 오게 만드는 정성으로 음식을 만든다. 좋은 재료를 쓰고 정성으로 맛을 낸다. 양심을 속이지 않고 언젠가 손님이 알아주기를 기다리면 반드시 음식장사로 성공할 날이 온다. 다만 불행하게도 당신에게 그날은 오지 않는다.
음식장사의 성공에는 몇 가지 비결이 있다.
첫째, 원가가 적게 들어야 한다. 음식에서 식자재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당 운영의 원칙에는 원가 + 인건비 + 임대료 3가지로 요약된다. 이 중 변동이 가장 많은 것은 식자재이다. 국산 재료를 쓰느냐 수입 식자재를 쓰느냐. 좋은 식자재를 쓰느냐. 그저 그런 식자재를 쓰느냐에 따라 당신의 경영 손익에서 변동하는 수치의 양은 엄청날 것이다. 원가를 적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질까지는 아니지만 국산보다는 수입을 최상품보다는 보통의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최상품의 재료를 써서 좋은 맛을 내면 손님이 알아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마라. 손님은 그것을 알아주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 당신이 가져야 할 경쟁력은 좋은 재료 써서 육천원짜리 음식으로 승부를 낼게 아니라, 보통 재료 쓰고 육천원짜리 음식을 만들어 주변의 식당과 경쟁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둘째, 차후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음식이 어디 외딴 곳. 넓은 주차장을 가진 가든이나 매운탕 집 같은 곳이 아닌 동네 그저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는 식당이라면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곳은 위치이다. 반드시 1층 점포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은 곳에 식당을 내야한다. 지나가다 밥 때가 되면 그냥 들려서 식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뜨내기 손님을 많이 잡아야 한다. 뜨내기 손님이 두 번 오면 단골이 되고 세 번 오면 고정 고객이 된다. 뜨내기도 안 올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식당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필자가 처음 찌개 전문 식당을 하기 위하여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있던 때였다. 많은 복덕방 사장들은 당연하게 1층의 넓은 자리를 권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돈이 없었다. 1층의 넓은 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가진 돈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야 했다. 그런 필자에게 일부 부동산 사장은 지하층이나 2층의 자리를 권했다. 임대료와 보증금. 권리금이 1층과 비교하면 반값이라고 했다.
음식 맛이 좋으면 지하층이든 2층이든 꼭대기든 손님이 올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 부동산 사장의 생각일 뿐이다. 어차피 올 손님이라면 왜 자신들은 1층에 자리를 잡고 있는가?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입간판 잘 세우고 중개 잘해서 한번 오신 손님 계속 오게 만들면 되는데 비싼 임대료 내고 1층에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겠는가?
많은 식당을 다녀봤을 것이다. 지금 창업을 준비할 나이가 40대가 넘었다면 밖에서 지겹도록 밥을 사먹어 보았을 것이다. 그래 그동안 숱하게 사먹은 밥 중에 미각을 일깨워 줄 그런 밥이 있던가? 이층이나 지하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가치가 있는 그런 식당이 있던가? 없다면 당신도 보통의 사람처럼 1층에 차려야 한다. 필자 역시 자신이 없었다. 아니 두려웠다. 식자재를 잔뜩 준비해 놓았지만 손님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그런 식당이 될까봐 너무 두려웠다. 지하에 있는 몇몇의 식당에 들어가서 다른 손님 없어 혼자서 식사를 하며 나 역시 내가 하는 식당도 이렇게 될까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포기했다. 1층 아닌 식당은 절대 안 된다.
셋째, 고정되고 기억된 맛을 내야한다. 고정되고 기억된 맛이란 무엇인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지금 먹어보면 별 맛 없는 그런 맛을 얘기하는 것인가? 고정되고 기억된 맛이란 음식을 맛 보았을 때 어디서 많이 먹어본 그 맛을 얘기한다. 좋은 재료로 조미료 안 넣고 밋밋하게 만들어 손님 입에는 별로지만 몸에는 좋은 그런 음식 그런 맛이 아닌 첫술을 뜨는 순간 어디서 많이 먹어본 익숙한 그 맛을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백종원 대표는 훌륭하고 존경받아야 한다.
식당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의 관점에서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먹고 살 게 없으면 식당이나 하지. 식당하면 밥은 안 굶는다.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아직까지도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자식의 결혼 상대자 집안이 식당을 한다면 결혼을 꺼리는 경향이 좀 있다. 해외에서도 이런 것은 예외가 아닌데 해외에서는 식당 하는 사람과는 어울리지도 엮이지도 말라는 주재원 교육 내용도 있다.
한국에서 식당을 하는 사람은 어떠한가? 정말 이것저것 할 게 없으니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 식당을 차리지 않는가 하는 말이다. 충분한 경험이 없으니 맛내기는 어렵고 사람을 다루는 것도 어렵고 아니 그런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체인점이라면 본사에서 길면 일주일 짧으면 2박 3일 속성으로 심지어는 1박 2일 교육을 받고도 음식점을 차린다.
필자에게 접근했던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감자탕을 조리하는데 있어 이틀이면 맛내기와 관련한 모든 교육이 끝났다. 그리곤 바로 감자탕 전문점으로 주방장을 두지 않고도 창업이 가능했다. 당신들도 익숙한 광경일 것이다. 본사에서 제공하는 등뼈를 물에 삶고, 삶은 물 버리고 새로 물을 붓고 분말로 된 감자탕용 스프를 넣고 끓이면 그럴싸한 감자탕이 완성되는 것을 말이다.
역사까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한 종류인 감자탕을 이렇게 허술하게 끓일 수 있다는 것이 필자로서는 충격이었다. 필자가 그 감자탕 집에서 교육받고 창업까지 결심했지만 결국 포기를 한 것은 너무 쉽게 감자탕을 끓이는 것도 한 원인이겠지만 두 번째로는 비싼 돈을 내가며 프랜차이즈로 가맹점을 낼 필요가 없어서이다.
필자가 교육을 받은 감자탕 분말스프는 그 프랜차이즈 본사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팔았다. 필자가 한 봉지 사서 끓여보니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주는 스프로 끓인 감자탕과 그 맛이 거의 흡사했다. 물론 재료의 구성요소에는 조미료가 들어가 있다. 굳이 비싼 돈을 내가며 프랜차이즈 감자탕을 차릴 이유가 없다. 간판을 만들 때 프랜차이즈처럼 보이게 만들고 더 좋은 고기를 더 싸게, 분말스프를 활용해 끓인다면 필자의 이익은 극대화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감자탕은 예로 들은 것이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누구나 식당을 차릴 수 있다. 그나마 2006년까지는 120미터제곱 이상은 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법이 바뀌었다. 현재는 급식소나 지정된 곳. 또는 규정으로 정한 곳 (복어집)을 제외하고 일반음식점에서 조리사를 고용하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다. 식당을 창업하는 것이 쉽다보니 망하는 것도 쉽다. 또 법적 요건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보니 할 거 없으면 누구나 뛰어든다. 외국처럼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 외국이라고 꼭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식당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처럼 그냥 동네에서 막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 퇴직 후, 명퇴 뒤 당연히 할 것은 없고 하니 다들 이런저런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하나가 먹는 것이다. 다른 분야는 알기도 힘들고 큰돈도 들어가야 할 것 같고 그러니 결국 먹는 것으로 창업을 하고 또 그렇게 쉽게 망해가는 것이다.
필자는 나는 성공할 수 있다는 식당 관련 창업 서적을 숱하게 봤다. 하지만 그 식당 창업 지침서의 내용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당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삐끗하면 망 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