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스토리

맛집의 허상

몽환마교 2019. 10. 19. 11:33

맛집의 허상

맛집이란 무엇인가? 정의를 내리기 쉽지 않다. 음식의 맛은 주관적이다. 고수(향채)를 예로 들면 대개 화장품 냄새나는 풀이라고 거부감을 느끼지만 하지만, 처음 먹어도 맛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외국인이 미나리나 부추, 깻잎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은 좋아하지만 외국사람은 우리가 고수(향채)를 먹을 때 느끼는 거부감과 동일하게 미나리나 깻잎등에 거부감을 느낀다.

 

맛이란 그렇다. 지역적 선호도가 있고 남녀의 차별성도 존재한다. 물론 그러한 차이를 메워주는 것이 조미료일 수 있다. 기름에 튀기고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이 맛있는 음식인가? 창업에 적합한 맛은 어떤 음식인가?전국 방방 곳곳 TV 속 맛집을 찾아 다닌 필자도 이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당신도 맛집을 방문하여 실망한 적은 없었는가? ? 맛집인지 실망한 적은 없었는가? 이 정도 음식이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없는가? 다 맞는 말이다. 당신의 말과 생각이 맞다. 맛집에 있어서정의는 없다.

 

필자와 가까운 지인 한 분이 창업을 했다. 유명한 부대찌개 집에서 5년 넘게 24시간 영업 중 심야 근무를 전담으로 맡아가면서 음식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사장도 그 노력에 보답하고자 3년이 지난 시점에 레시피를 가르쳐 주었고, 그 뒤로 2년을 더 그 식당 주방에 근무하면서 레시피를 계속 연구했고 최종 5년을 남 밑에서 일을 하고 고향에 내려와 부대찌개 집을 창업했다. 주력 메뉴는 동일하게 부대찌개와 철판볶음이었다. 본점의 부대찌개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제 집 근처에서 제대로 된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다고 환호할 정도로 맛도 본점과 똑같았다. 곧 본점과 마찬가지로 대박을 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부대찌개집을 창업하고자 고향에 내려간다고 사장에게 얘기하자 사장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여기의 맛이 너의 고향에서도 반드시 통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맛은 절대적이지 않다. 창업을 하는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맛은 다르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누구는 부대찌개를 국물까지 다 먹지만 누구는 반 이상도 남기는 않더냐?

 

필자의 지인은 고향인 대구에서 창업했다. 음식을 전수 해 준 식당은 정말 유명한 부대찌개 집이였고 항상 손님이 줄을 서는 식당이었다. 자신이 있었다. 지난 5년간의 노력이 가상히 여겨 사장은 맛과 함께 운영의 노하우까지도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만들어 본 부대찌개는 사장도 맛이 똑같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야간 근무까지 해가며 숱하게 끓여 맛의 검증을 받지 않았던가?

 

개업발이 끝난 대구의 부대찌개 집은 예상외로 그저 그런 부대찌개 집이 되었다. 서울처럼 손님이 줄을 서지 않았다. 다행히 지인은 그 원인을 곧 찾았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결과 손님이 많이 찾는 음식은 부대찌개가 아닌 철판볶음이었다. 원인이 뭘까 연구를 하고 또 했다. 그 원인은 맛의 차이였다. 지인이 배운 부대찌개집의 맛은 좀 치즈와 캔콩이 들어간 걸쭉한 국물이었다. 그러나 대구에서 선호하는 맛은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의 부대찌개 맛을 선호했다.

 

레시피를 전수 해 준 부대찌개 집은 치즈, 민찌, 캔콩 등을 듬뿍 넣어 뭔가 걸쭉하고도 얼큰했다면 대구에서는 칼칼하고도 좀 시원한 국물 맛을 선호하는 것이었다. 지인은 결국 5년이란 세월동안 배워 온 부대찌개 국물 맛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또 철판볶음도 마찬가지였다. 베이컨이나 소시지, 야채를 볶아먹는 서울 부대찌개 집의 철판요리보다는 대구에서는 고기와 김치 등 대구식 재료를 가지고 철판에 볶아먹고 추가로 밥을 볶아먹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자리를 잡은 지인이 필자에게 해 준 결론은 이러하다. 맛에 있어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서울의 맛집이 대구에서까지 맛집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 차이를 빨리 깨달았기 때문에 망하기 전에 방향을 선회하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맛집에 가서 맛내기 비법을 배우면 그것도 나름 노하우라고 몇 백에서 몇 천까지 부른다. 하지만 유럽 쪽 요리가 아닌 경우 그 맛의 비법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수십 년을 자라오면서 먹은 음식인데 그 맛을 구성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면 말이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신기한 비법의 맛이 있다고 생각하여 맛집을 돌아다니며 조리법을 구걸까지 한다.

 

그러나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맛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이 당신이 창업을 희망하는 지역에 왔을 때 사람들이 원하는 맛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맛집의 비결은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미원과 다시다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에 뭐가 좀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갔다 하더라고 그 차이는 조미료가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의 차이와 비교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자.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그 비법을 배우기 위해 시간과 돈 낭비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지역의 특성과 분위기를 연구하라. 맛은 기본만 하면 된다. 위생과 서비스를 장착하라. 물론 맛은 기본이다. 이제 필자가 경험해 본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창업 업종을 소개한다. 흔하고도 많은 업종이지만 당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최소 본전은 할 수 있는 업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