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위한 힘겨운 발걸음
필자는 창업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필자가 창업을 할만한 직종의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다. 사실 아르바이트라고는 하지만 창업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 일식과 복어요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요식업종을 경험해 보았다. 물론 3~6개월 과정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그 업소의 깊은 사정까지 알 수 는 없다. 그리고 남자 아르바이트를 필요로 하는 정도라면 그 식당은 큰 식당이거나, 패스트푸드 두 가지 중 한가지 일 것 이다. 이 두 가지를 빼놓고는 남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채용하는 요식업체는 동네 식당에서는 거의 없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나름 고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고기에 대해 좀 배워보려고 했지만 고기집에서 일한 3달 동안 필자가 한 일은 숯불 피우는 것과 불판 닦는 일 두 가지였다.
창업과 가장 가까운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쌀국수 집이었다. 좀 번화한 곳에 가면 쌀국수집이 한두 군데 있다. 흔히 쌀국수와 월남쌈으로 대표되는 베트남 음식점은 나름 웰빙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있기에 좀 예상을 뛰어넘는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필자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정말 혹할 정도로 마진 구조가 좋았다. 물론 필자가 아르바이트 하던 10년 전 쯤의 이야기고 사실 지금 쌀국수(월남쌈)집은 솔직히 한 물 간 아이템 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필자가 일했던 쌀국수 집은 백화점 내 푸드 코너에 있었다. 백화점이라고는 하지만 안양에 있는 백화점 푸드코너였으니, 명동에 있는 백화점의 수준은 아니고 거의 마트 수준 정도로 보면 된다. 그 쌀국수 집은 정말 장사가 잘 되었다. 운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시대의 트렌드라고 해야 하나 장사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되었다.
베트남 음식이 진정 웰빙음식이 맞는지 건강에 좋은지 필자는 알 수 없다. 개인적 생각으로 베트남에서 1년 가깝게 살아 본 필자의 짧은 생각에 베트남 쌀국수와 월남쌈이 웰빙 음식이라고는 생각지도 않는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다. 베트남에서 업무로 1년 가까이 살아봤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쌀국수와 월남쌈을 먹은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쌀국수 육수를 만들 때 넣는 엄청난 양의 조미료를 보니...... 각설하고 어찌되었든 베트남 쌀국수 집은 한국에서 웰빙음식이 되었고 필자가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한 일은 주방보조였다. 전체 직원은 사장 1명, 주방장 한 명에 필자는 보조였다. 메뉴는 쌀국수와 분짜. 간단한 버전의 월남쌈, 볶음밥 4가지 간소한 메뉴였다. 거의 모든 식자재는 본사에서 공급되어왔다. 손질할 것도 없이 거의 그대로 쓰면 되었다. 쌀국수에 가장 중요한 육수는 향신채소 몇 가지를 넣고 본사에서 배송되어온 육수 스프를 넣고 끓이는 방식이었다. 말로는 비법 육수스프라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거의 다시다와 똑같은 것 같다. 조개, 멸치, 냉면 다시다 등등 다시다가 용도에 따라 종류별로 있듯이 쌀국수 국물용 다시다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외의 재료는 별 것 없다. 월남쌈이라고 해봐야 채소 썬 것과 고기볶음. 쌀국수 데친 것. 통조림 과일과 방울토마토 정도이고 볶음밥은 파인애플 좀 넣은 볶음밥이다. 말이 좋아 하와이안 볶음밥이다. 손님은 많이 왔지만, 바쁠 것은 없다. 필자 역시 주방보조라고 하지만 월남쌈 채소 담고 밥도 볶고, 쌀국수도 만들고 어려운 것은 없었다. 대충 보름 정도 해보니 주방장 쉬는 날에는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필자가 능히 주방을 이끌고 나갈 정도였다. 본사에서 내려온 재료 그대로 조리를 하면 되고, 곰탕집이나 냉면집 몇대 때 전해내려오는 몇십년 비밀의 육수 기법 같은 것은 없고 그냥 육수 통에 스프를 넣고 끓이고 나머지는 그냥 손만 빠르면 누구나 쳐 나갈수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본사의 지원은 괜찮았다. 며칠만 배우면 누구라도 베트남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알아야 할 것은 손님이 많이 오고 매출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돈벌이는 될지 몰라도 정말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본사의 식자재가 조리에 편한 반면 값은 만만치 않았고 또 백화점 푸드코너였던 만큼 매출액 대비 수수료를 내는 금액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필자와 주방장 두 명의 급여를 주고 나면 사장이 가져가는 돈도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를바는 없었다. 사장도 고민이 많았던지 나름의 방안을 강구했다.
결국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통한 식자재는 50% 정도 수급 받고 나머지 50%는 개인적으로 사입을 했다. 본사에서 공급받는 자재 대비 개인적으로 사입한 식자재 값은 약 50% 이상 저렴했다. 물론 식자재를 다듬고 세척하느라 좀 피곤한 것은 있었지만 사장은 그렇게 매출 대비 본인의 이익을 맞추었다.
본사 슈퍼바이저도 넌지시 그런 사정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장사는 잘 되는데 식자재 공급은 오히려 줄었으니 어떻게 모르겠는가? 거기에 매출별 수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식자재 납품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방식인데 모를 수 가 있겠는가? 그렇지만 식자재를 쓰지 않는다고 본사에서 재제를 가하게 된다면 그 식당은 문을 닫을지 모른다. 문을 닫으면 간판만 바꾸고 본격적으로 개인적으로 재료를 사입하여 쓸 것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이 그렇다. 아무리 괜찮게 보이고 손님이 많이 와도 프랜차이즈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특별한 조리기술이나 식자재가 필요없는 업종에서본사의 통제가 느슨한 프랜차이즈에서는 개인이 재료를 사입해 단가를 맞출 수 가 있겠지만 정말 제대로 관리하는 프랜차이즈는 돈 벌어서 남 좋은 일만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요즘 폭발적으로 업장이 늘어나는 늘어나는 돼지갈비 전문점 같은 경우가 그렇다. 권리금에 시설비에 큰 돈 들여 차렸고 손님은 정말 많은데 실제는 쭉정이다. 이리저리 다 떼어주고 나면 사장이나 종업원이나 월급 가져가는 근로자일 뿐이다.
베트남에서는 한 그릇에 천원에서 삼 천 원 정도 하는 쌀국수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팔천 원 만원이 기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월남쌈도 식재료 특이한 것 하나 없이 채소 좀 썰어놓고 불고기 조금에 2만원 ~ 3만원 받으니 이 또한 얼마나 괜찮은 시스템인가?
가맹점주가 장사를 잘하면 본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할 수 있다. 식재료를 공급해서 돈 벌고 로열티로 돈 벌고 이 속에서 가맹점주 즉 당신은 언제 유행의 거품이 꺼질지 몰라 전전 긍긍하는 불쌍한 창업 근로자일 뿐인 것이다.
본사 재료쓰기 싫고, 각종 로열티에 가맹비 내기 싫어 직접 창업을 하고자 하니, 당연히 알려진 브랜드보다 가격을 더 받을 수는 없기에 가격은 당연히 낮추어 받아야 하고, 프랜차이즈에서 독립해 자체 창업을 하는 이런 업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 록 가격경쟁력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가려니 돈 들여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 진퇴 양난이다. 그리고 이것이 남과 다른 나만의 맛과 기술은 없는 창업자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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