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창업의 어려움
결국 치킨이든 피자든 커피든 돌고 돌아 결국 식당 창업으로 다시 돌아 왔다. 식당 창업과 관련하여 어려운 것은 식자재 관리다. 남으면 버려야 한다. 모자라는 것도 문제다. 그날 운과 날씨, 상황에 따라 오가는 손님 숫자는 춤을 춘다. 그때 그때 다르다. 육천원짜리 음식이라고 해도 미리 만들어 맨장고 넣어 두면 안 된다. 만들어 둔 음식은 손님들이 귀신 같이 알아챈다. 버리기가 아까워 한 두 번 만들어 놓거나 냉장이나 냉동 보관해 둔 음식을 주면 손님은 곧 발을 끊는다.
적게 준비하면 손님이 많이 오고, 많이 준비해 놓으면 손님이 안 온다. 필자는 식당 운영 초기에 그날 제공 반찬을 대해서 식당 문밖에 써 놓았다. 보고 들어 오라고 말이다. 그러자 옆 집에서도 금일의 반찬을 써 놓았다. 맛있고 단가 비 싼 반찬을 준비하면 손님이 좀 온다. 손님이 좋아하는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단가가 비싸다. 당연한 것이다. 육천원짜리 밥에는 어울리지 않는 반찬이다. 그런데 다른 집도 반찬을 공개하기 시작함에 따라 또다른 경쟁이 시작되었다. 매일 점심시간에 손님은 반찬을 보고 식당을 골랐다. 준비한 반찬이 무엇이냐에 따라 손님은 춤을 췄다. 옆 집보다 더 좋은 반찬을 준비하기 위해 고민해야 했다. 다른 집 반찬이 우리집보다 더 좋으면 손님들이 그 집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어떤때는 다른 집 반찬을 보고 급하게 서둘러 반찬을 바꾼 적 도 있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어떤 때는 메인보다 반찬이 단가가 더 높은 경우도 나온다. 육천 원짜리 밥 팔아 반찬값으로 다 들어간다.
치웠다.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손님이 오든 안 오든 매일 반찬에 따라 기웃대는 손님이라 단골이라 할 수 도 없다. 반찬에 신경쓰는 대신 김치에 신경 쓰고 기본 찬은 매일 동일하게 고정했다. 반찬을 고정하니 일도 줄고 스트레스도 줄었다. 정작 손님도 오히려 반겼다. 반찬이 좋다고 이리저리 반찬 뭐 주나 옮겨 가는 것는 것이 손님들도 피곤했나 보다. 어차피 비싼 반판은 리필도 안되는 지라 몇 개 줏어 먹으면 땡인데 그것 안 먹으면 죽기라도 하는 것처럼 줄까지 서가며 먹는 것에 지쳤다고 했다. 이처럼 식당 영업은 어렵다.
매출 차이가 너무 크다. 너무 많이 만들어 놓거나 너무 적게 만들어 놔 음식이 규칙적이지 않다. 밥 때라는 한정된 시간에 손님은 집중적으로 몰린다. 이 때를 대비해 미리 초벌 음식을 해 두었는데 손님이 안 오거나 준비한 음식말고 다른 음식만 신나게 나간다.
또 밥 시간에 매출 향상을 위해서는 가게 회전이 빨리되어야 하는데 끓여 먹고, 치우고 나면 손님 한 테이블 소요시간이 평균 30~40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밥장사는 집인데 밥 시간에 2회전은 커녕 1.5회전도 억지로 한다.
창업 후 하루가 다르게 재고가 쏟아진다. 여름철에는 조금만 신경을 안 써도 음식이 상해버린다. 두부나, 콩나물, 숙주와 같은 음식은 한두 시간만 실온에 방치하면 상한다. 여름이라 식자재의 품질도 들쑥날쑥 이다. 신선도가 높고 브랜드 식자재를 식자재를 써야 하는데 비싸다. 싼 식자재를 써 보니 질이 안 좋아 그런지, 아이면 유통과정에 관리가 안 되었는지 맛도 없고 식자재도 금방 변질된다.
다른 품목을 하고 있는 옆집 사장은 주방장을 잘 두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주방장이 다 알아서 하는 거라고, 손님이 안 오는 것은 맛이 없는 것이고 주방장이 잘해야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는데 주방장을 너무 싼 사람을 구했다고 한다. 필자는 월 400을 주는데 도대체 얼마를 줘야 좋은 주방장을 구한다는 말인가?
창업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단 주방장을 바꾸었다. 식당은 음식 맛은 기본이 되어야 하기에 필자는 주방장을 바꾸먀 나름 기대를 좀 했다. 그러나 새로 온 사람은 더하다. 일이 뒤죽박죽되어버린다. 기존 주방장과 함께 일해 온 것이 있는데 주방을 자기 스타일로 바꾸려고 달려든다. 이해한다. 자기 주방이니 자기 스타일대로 꾸려가겠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방보조 이모를 조지고, 홀 서빙 하는 이모를 조지려고 한다.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맞추려고 한다. 사장인 필자는 안중에도 없다. 일하는 이모들이 보기에 미친 주방장이다.
밤마다 내가 직접 주방에 들어가고 마누라 불러 서빙과 계산대를 보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음식 조리법은 거의 다 배웠지 않은가? 이 정도 맛이라면 나도 충분히 가능 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월 400에서 50을 더해 450을 주는 것뿐인데 매출은 20% 정도 늘었다. 식당은 뭔가 어수선 하지만 그래도 매출은 늘었다. 주방장이 바뀐 덕인가 고개가 갸우뚱 거려져 도대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일단 필자가 주방장에게 맞추어 보기로 한다.
매일매일은 남은 것 같아도 정산해보니 남 좋은 일만 시켰다. 일 매출은 20% 정도 늘었지만 직원 월급과 식자재로 나가는 돈은 그 이상이 들었다. 뭔가 문제가 있다. 엄청나게 돈이 새나가고 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가 다시 한 번 파악해본다. 지난 주방장과 비교해 어디서 새 나가는 돈인지는 모르나 새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 식당을 차릴 때 필자는 집사람은 절대 식당에 불러내지 않는다고 다짐을 했지만, 현실에서 막상 난감한 상황에 처하다보니 그래도 가족 밖에 의논상대가 없다.
마침 집사람도 흔쾌히 식당일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이제 주방이모 한 명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내가 주방까지 맡는다면 월 5백은 더 벌어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가족경영이다. 몇 년 만 바짝 하면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지금 나가는 돈에서 사람 두 명 줄이면 월 5백은 그냥 추가로 생기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식당이라는 것이 10시에 출근을 해서 저녁 9시까지 일을 한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식당에 붙어있다 보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학교 - 학원을 마치고 온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다. 밥은 어떻게 식당에서 먹는다 했지만 집에서 애들에게 밥을 차려줄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집사람이 브레이크 타임에 집에 가서 아이들 밥을 챙겨주기로 한다.
처음에는 밥만 차려주고 오던 집사람이 날이 갈수록 갔다 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어떤 때는 저녁 장사 거의 마칠 때 다 되어서 오는 경우도 있었다. 몇 번 싫은 소리를 했더니 그럼 집안 일은 누가 하냐고 한다. 빨래도, 청소도 좀 해놓아야 하는데 이렇게 날 고생시키려면 왜 결혼했느냐고 대든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나 역시 화만 삭이고 있다.
주방장이 기분 나쁘면 음식에 침을 뱉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음식에서 뭐가 나오면 컴플레인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그것은 손님의 권리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식당을 직접 운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별 놈이 다 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콩나물 대가리에 붙어있는 콩나물 껍질이 음식에서 나왔다고 음식을 다시 해달란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으라고 내놓냐며 지랄을 한다. 아무리 잘 씻어도 콩나물 대가리 껍질은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손님의 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정갈하게 음식을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옛날 아니 처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주방장이 사장 엿 먹이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하루 열두시 이상을 같이 있다 보니 동병상련의 정이 막 느껴진다.
손님이 지랄 같은 놈이다. 손님이 아니라 손 놈이다.
처음에 식당을 개업할 때에는 계산대에 앉아 돈만 받으면 될 줄 알았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바쁠 때 서빙만 좀 해주면 될 것이라고 잠시 착각도 했었다. 직원 앞에 사장의 권위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사장이나 종업원이나 똑같다. 월말에 결산을 하다 보니 오히려 종업원이 낫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사장이 종업원처럼 일을 하다 보니 역시 현실은 달랐다. 손님이 나쁜 놈이 된다. 종업원에게 화를 내고도 싶지만, 사장의 눈으로 보건대 손님이 이상하고 까다로운 사람이다. 물론 당연히 손님 앞에서는 종업원을 혼내야 하지만 손님이 돌아가고 나면 종업원을 달래는 것이 일이다.
손님은 다른 손님이 오지만, 종업원은 쉽게 구하기 어렵다. 더구나 가게에서 최소 몇 달 이상 일하면서 손발을 맞춰온 종업원이라면 더 그렇다. 괜한 마음에 화라도 내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만 둬 버린다. 식당일이라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근무시간이 길고 힘들다. 또 그 반면에 월급은 짜다. 일자리를 구하려면 여기저기 널려있다. 바로 내 옆집도 맞은 편 식당도 직원을 구하고 있다. 손님을 왕처럼 대하는 직원을 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들도 자존심이 있다. 손님이 왕인 것은 사장 밖에 없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엉덩이라도 한번 붙이고 쉬려고 하면, 한 놈 한 놈 찾아오는 똥파리와 같은 존재이다. 열 두 시간 내내 사람 움직이게 만드는 손놈이다.
잔소리 좀 했다고 가족과 같은 직원들은 바로 그만 둬 버린다. 말이 좋아 하루 열두시간이지 실제의 근무 시간은 15시간 정도다. 거기에 가장 어정쩡한 시간인 11시부터 22시까지의 근무 시간은 개인적인 일을 볼 수 도 없거니와 친구를 만나든가 하는 사생활은 거의 불가능 하다. 거기에 영세식당 거의 대부분이 월 2회 정도의 휴무를 하고 있는데 정말 피곤하다.
다른 사람들은 주 5일제로 토, 일 모두 쉬는데 오직 식당만이 월 2회 휴무이다. 거기에 월급은 일반적인 회사보다 적다. 이직은 당연하다.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만둬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그만둬 버리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그만 둬 버린다. 사람 구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사람이 완전한 가게 사람이 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결국 부인 혹은 남편, 어쩌면 자식들이 식당에 투입된다. 또한 동생이나 언니 등이 식당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겪다보면 결국에는 가족 중심의 식당이 된다. 처음 식당을 창업할 때. 돈 열심히 벌어서 크게 성공하자 라는 마인드가 먹고 살기만 하면 되지 뭐 하는 마음가짐으로 바뀌게 된다. 또 돈 벌기는 틀렸으니 빚 안지고 밥이나 먹으면 되지 뭐 하는 사고로 바뀌게 된다.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서 원대한 꿈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그냥 하루하루 연명해 나가는 그저 그런 식당이 되고 만다. 옆집이나 우리 집이나 똑같은 메뉴에 똑같은 식자재 공급사이다.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다면 프랜차이즈 비용은 높아만 가는데 문제점을 알고는 있지만 개선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프랜차이즈 본사도 로얄티고 뭐고 그냥 식자재만 받아쓰라고 하고 개선을 한다고 해도 내 가게는 아니고 언제 주인이 가게를 비우라고 할지도 몰라 인테리어고 뭐고 그냥 식당을 운영해 나간다.
날이 갈수록 식당은 점점 구질해지고 옆집에 새로운 식당이라도 생기면 매출은 바로 바닥을 친다. 그러나 오랜 식당 운영의 경험에서 보건대 그리 큰 위기는 아니다. 어차피 새로 생긴 옆집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우리 집과 똑 같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권리금이라도 받고 식당을 팔고 싶다. 이 동네 평균 권리금은 삼천만원 정도니 내가 투자한 권리금은 받고 빠져야 한다.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팔아야 최소 권리금이라도 건질 것 같다. 서둘러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고 음식 할인 행사에 돌입한다. 가게를 인수할 사람이 왔을 때 손님이 버글버글 해야 가게를 팔기도 수월하거니와 권리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니기미, 우리 집의 주력은 순대국이였는데 이 동네에 순댓국집이 갑자기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그 중 두 집은 프랜차이즈 집이라 경쟁 자체가 안된다. 어찌된게 맛도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것 같고 위생상태도 좋다. 우리집에는 없는 세트 메뉴의 구성도 좋다. 필자 역시 서둘러 세트 메뉴 만들고 프랜차이즈 흉내를 내 보지만 손님들은 새로 생긴 가게에 관심을 가질 뿐 우리 식당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눈물을 머금고 시설투자를 한다. 집기비품을 모두 새것으로 바꾸고 연휴를 맞이하여 가게 리뉴얼에 들어간다. 어찌되었든 가게가 너무 구질구질하니 리뉴얼이라도 해야 가게를 팔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왔다 간 몇몇 사람은 가게를 둘러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스포츠 중계를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가게에 큰 TV도 설치했다.
호프집도 아닌 순댓국집에서 스포츠 중계를 틀어대니 빨리 먹고 나가야 할 손님이 안 나간다. 밥을 먹었으면 얼른 나가야 하건만 중계를 보느라 시간을 질질 끈다. 가게를 보면 항상 몇몇 테이블에 손님은 있는데 리뉴얼을 하기 전보다 매출은 더 줄었다. 완전 씨발이다. 거기에 밥은 진작 다 먹었는데 TV를 보면서 오만 잡다한 것을 다 시켜 먹는다. 소주 한 병 더 시키면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뭐 그리 많은지 소주 한 병 처먹으면서 야구 끝날 때까지 버틴다. 순대전골에 밥까지 볶아먹었으면 일어서야 하는데 애꿎은 김치를 볶아 깡소주를 먹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자영업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하게, 생각보다 더 독하게! (2) (0) | 2019.10.12 |
---|---|
독하게, 생각보다 더 독하게! (1) (0) | 2019.10.12 |
그래도 할 것인가? (커피) (0) | 2019.10.02 |
그래도 할 것인가? (피자) (0) | 2019.10.02 |
창업의 두 세계 (0) | 2019.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