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 파일
채널A 이영돈 PD가 진행했던 먹거리 X 파일을 본적이 있는가? 보았다면 무엇을 느꼈는가?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고 또 분노하였는가? 아니면 나는 착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그리고 반드시 좋은 음식으로 성공하겠다고 다짐을 했는가?
먹거리 X 파일을 잘 보라. 그 속에 길이 있고 그 속에 답이 있다.
냉면과 관련하여 방영된 에피소드 다시다로 냉면 육수를 만드는 그 에피소드 말이다. 조리학과 학생마저도 다시다로 만든 냉면 육수가 더 맛있고, 제대로 만든 육수라고 평가를 내렸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정신 차리자. 음식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먹거리 X 파일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식당들처럼 해야 한다. 남들과 다른 좋은 재료와 정성이 깃든 장인의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 누가 알아주는가? 먹거리 X 파일이 당신의 식당을 취재하러 올 때까지 그때까지 계속하여 정성을 다한 음식을 만들겠는가?
당신이 가진 돈은 얼마 없고 그 돈이 떨어질 날은 멀지 않았다.
필자가 아는 분 중에 평양냉면 식당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그 분 역시 먹거리 X 파일 냉면 편을 보고 분노하셨다. 본인이 육수를 만들 때면 평균 50만 원 정도를 들여 냉면 200 그릇 정도의 육수를 만든다고 하셨다. 소뼈와 고기를 푹 고아 육수를 만드신다고 했다. 고기와 뼈 값, 가스비, 인건비 등을 합하면 50만원도 최저로 잡은 금액이라고 한다.
이 식당의 냉면 한 그릇의 값은 8천원이다. 100% 메밀로 만들 수 있지만 식감을 내기 위해 2:8의 비율로 밀가루와 메밀을 섞어 냉면을 만든다고 하셨다. 냉면의 원가는 약 오천 원에서 오천 오백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먹거리 X 파일 속 식당에서는 5만 원 정도면 냉면 200그릇 분량의 육수를 아주 손쉽게 만들어 낸다. 그것도 균일한 맛의 육수를 냈고 누구나 정해진 규칙대로 끓이기만 하면 적당한 맛의 냉면 육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당신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정성을 다한 몇 십 년 노하우가 쌓인 주인장의 육수 비법을 식당에서 한 삼년 고생하면서 몰래 배우고 익혀 자신의 이름을 건 냉면집을 할 것인가? 아니면 쉽고 편하게 가겠는가?
필자가 추천하는 길은 쉽고 편하게 가는 길이다. 다시다로 육수를 만들든 고기를 삶아 육수를 만들 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요식업계에서 살아남을 비장의 각오가 당신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가게를 차릴만한 곳은 냉면 한 그릇에 만원, 만이천원을 받을 위치의 가게가 아니다. 당신이 가게를 낼만 한 곳은 김밥천국 수준의 가게다. 그렇다면 그 수준에 맞는 음식을 내야하고 그 수준에 맞는 가격을 받아야 한다. 아니면 망한다. 아니 망한다기 보다 성공할 때 까지 버티지를 못한다.
먹거리 X 파일은 우리들에게 좋은 정보를 주고 있다. 최소한 당신이 식당을 운영해 나갈 좋은 지침을 보여준다. 필자는 꼭 착한 식당을 본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먹거리 X 파일에서 지적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에서 지침을 얻어야 한다.
물론 그 중에서 돈 좀 아낀다고 지저분하고 위생이 안 좋은 것까지 본받을 필요다 없다. 그런 식당은 말할 가치도 없이 걸러야 한다. 먹거리X파일에서 적은 돈으로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 그런 노하우를 본받으라고 하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그럴듯한 맛을 내는 그 비법을 본받고 배우고 연구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성공이라는 다리를 완전히 건널 때까지 버텨나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양심. 그런 것 필요 없다. 어차피 말은 안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 육천원으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먹거리 X 파일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교훈은 무엇인가? 먹거리 X 파일은 지속적으로 조미료가 건강에 나쁘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좀 웃긴다. 필자의 입장에서 조미료(이하 미원, 다시다)가 건강에 나쁜지 좋은지는 알 수 없다. 굳이 그것을 가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거니와 필자가 왜 그걸 가려내야 하겠는가? 필자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다만 먹거리 X 파일을 보면서 몇 가지는 반드시 짚어두어야 한다. 첫째, 식당은 왜 하느냐 하는 물음이다. 식당을 왜 하는가? 왜 하려고 하는가? 당신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국민에게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여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식당을 하는 것인가? 국민들에게 우수한 식사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함으로 국민들이 바른 먹거리를 찾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가?
아닐 것이다. 식당을 차려야 할 당신은 식당을 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 직업으로서의 식당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왜냐면 식당을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에서의 평가는 할 것 없으니 식당이나 한다는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럼 솔직해지자. 돈 벌려고 식당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돈은 못 벌어도 호구지책이라도 마련하기 위해서 식당을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신은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써서 식당을 흑자가 되게끔 운영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해야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먹고 살 수 있다. 괜한 호기심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하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퍼 붓는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당신은 식당을 운영해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
둘째, 당신은 남과 다른 음식 솜씨나 조리비책을 가지고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설령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 비밀의 맛은 미원이나 다시다를 넣는 것보다 맛있다고 할 수 없다. 식당을 운영해 본 필자의 입장으로 손님이 찾는 최고의 맛은 미원과 다시다였다. 갖은 양념, 한방 재료, 과일즙 등 모든 것을 조리에 응용해 봤지만 미원 한 숟가락 넣는 것 보다 못했다.
그럼에도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도 미원에 대한 거부감은 가지고 있다. 미원이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 알 수 는 없고 최근의 트렌드는 건강에 해롭다고 홍보까지 하지만 필자는 온갖 갖은 양념을 다 집어넣어 짜고, 달고, 맵게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미원을 조금 넣어 맛을 보강한다면 덜 달고, 덜 짜고, 덜 매운 양념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 놓을 수 있고 이것이 건강에 더 이로울 것이라 생각을 한다.
전문적으로 식당 조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설탕, 소금, 고춧가루 등을 과할 정도로 넣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음식은 달고 짜고 맵고 하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과할 정도로 강한 맛이 되어야 음식 장사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이 밋밋하면 이도 저도 안 돼.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으로 손님을 끌어야 하는 것이다.
먹거리 X 파일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형태의 음식 조리를 하기 원한다. 밋밋한 맛이 건강의 맛이고 제대로 된 음식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그런 음식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재료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말이다. 그러나 당신이 운영하는 식당이 제대로 된 웰빙식당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당신은 도대체 얼마의 기간 동안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것인가?
셋째, 육천 원짜리 백반의 원가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육천 원짜리 백반을 먹으면서 원산지를 따지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행동인가? 먹거리 X 파일에서는 가게의 규모와 취급메뉴를 가지고 착한식당을 평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료와 국산재료의 사용 유무를 두고 착한식당을 선정한다. 그렇다면 육천 원짜리 식당을 운영할(당신의 경쟁자들 모두 육천 원을 받으니 당신도 육천 원 정도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당신의 마음가짐은 어떠한가? 돈은 육천 원을 받으며 제공되는 음식은 조미료 빼고, 국산재료로 음식을 해 줄 것인가?
먹거리 X 파일을 보라고 하는 것은 그냥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가급적 지금까지 나온 먹거리 X 파일을 전부 다 보라. 그것을 보면서 식당을 어떤 자세로 운영할 것인지 연구해보라.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착한 식당 필요 없다. 못된 식당이라도 당신이 버틸 수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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