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스토리

김밥XX

몽환마교 2019. 10. 25. 11:09

김밥XX

김밥XX는 한국 외식문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하나의 혁명이다. 김밥XX가 등장하기 전에 존재했던 음식점이 외식의 개념에 가까웠다면 김밥XX는 중국이나 동남아처럼 한국의 음식점을 외식의 음식점보다는 매식의 음식점으로 전환케 하였다. 이제 누구나 집에서 밥을 먹기보다는 싸고 간편하게 한끼 떼울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해 준 반찬으로 밥을 해 먹는 자취생이 이제는 매끼니 사 먹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소풍날에 먹던 김밥을 아침밥 대신 매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소풍날 엄마가 새벽에 일어나 싸주던 김밥은 사라지고 소풍날 아침이면 김밥XX에 줄을 서서 김밥을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김밥XX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그래도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 나름 손맛과 수고, 비법의 전수 등 시간과 노력을 거쳐 배우고 익힌 사람들만 음식점을 창업하였다면 김밥XX는 국민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음식점 창업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즉석 조리식품과 공장식 식자재의 공급으로 과거의 수고로움은 사라지게 되었다. 손 맛이 없어도 누구나 평균적인 음식은 만 들 수 있게 되었다.

 

추어탕 웬만해서는 하기가 어렵다. 미꾸라지를 구매하는 것부터 손질, 탕으로 끓이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간다. 따라서 추어탕 식당은 다른 음식을 낼만한 여력이 없다. 그러나 김밥XX은 그렇지 않다. 공장에서 포장되어 나오는 추어탕에 약간의 채소만 추가해서 끓여내기만 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누구나 쉽게 추어탕을 끓일 수 있다. 순대국도 고등어김치조림도 갈비탕도 설렁탕도 부대찌개, 김치찌개, 우렁된장찌개도 돈까스, 함박, 생선까스, 우동, 비빔밥 모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공장에서 나오는 추어탕의 맛이라는 것이 직접 만드는 음식보다 현격한 차이가 나야하는데 오히려 어설픈 식당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필자는 음식점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이런 식자재를 많이 구매하기도 이용해 보기도 해보았지만 제대로 만들어진 몇몇 제품은 웬만한 추어탕 전문점 못지않은 맛을 자랑했다. 가격도 추어탕 전문점 대비 월등히 저렴했다.

 

추어탕만 그런 것이 아니다. 소고기 국밥, 들깨수제비, 부대찌개, 김치찌개, 생선조림 등 식당에서 사 먹어본 모든 종류의 음식이 나온다. 여기에 주재료만 공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반찬도 공장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먹어 본 모든 반찬이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나온다. 물론 맛은 직접 바로 만들어 내는 반찬에 비할 길은 아니지만 김치류나 장아찌, 젓갈류, 조림류 등의 반찬은 공장 제품을 사서 손님에게 제공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김밥도 그렇다. 식당에서는 밥만 하면 된다. 다른 모든 재료는 공장에서 납품한다. 계란지단, 우엉, 단누지, 당근등 거의 대부분 재료를 납품받을 수 있다. 물론 김밥재료를 직접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김밥XX가 가져온 일종의 혁명은 다른 모든 요식업계의 모든 음식 종류에도 퍼져 나갔다. 낙지볶음도 냉동의 가공된 낙지에 본사에서 공급해 준 소스와 채소를 넣고 볶아 손님에게 내가면 된다. 프랜차이즈 가맹비라고 3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고 프랜차이즈의 비법을 전수시켜 준다고 하지만 결론은 본사에서 제공하는 식재료를 조금 가공해서 내면 되는 수준이다. 순댓국도 그러하다. 본사에서 제공해주는 육수국물에 순대와 돼지부속을 넣고 끓여내면 된다. 바야흐로 진정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시대가 열렸다.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참담한 현실이다. 그래도 비법 좀 전수받으려고 고생해가며 하나하나 배우고 익힌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것이 식당이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아무나 막 할 수 가 있게 된 것이 식당이다. 앞집과 옆집에서 만들어 내는 음식의 맛이 동일하다. 똑같은 공장에서 나온 음식을 썼기 때문이다. 김치도 그러하다. 수입산 중국 김치를 내는지라 다른 집과 맛에서 차이가 없다.

 

우리 집만의 독특한 것이 없기에 다른 집과의 차별성 또한 가지기 힘들다. 이래서는 누구든 쉽게 차리고 쉽게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물론 일종의 장인정신으로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은 있다. 여전히 김치 직접 담그고 탕을 끓여내는 집은 아직도 있고, 이미 자리를 잡은 집이라면 그 이름값으로 버텨나갈 수 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을 하는 집이라면 필자는 과감하게 조언을 해 주고 싶다. 그냥 계속 월급 받는 생활을 하시라고 말이다. 아무리 장인정신으로 음식을 만들어도 김밥XX와 같은 프랜차이즈와의 대결은 패배하기 십상이다. 좀 오래 버틸 수 는 있어도 그 끝은 반드시 패하게 된다. 당신이 아무리 갖은 무기로 무장을 했다 하더라도 싼 가격과 편리함을 무기로 대응해오는 적장은 절대 이기기 어렵다. 물론 성공할 수 도 있다. 당신의 노력 여하와 인내, 수고로움이 계속 될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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