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의 싸움
필자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많은 창업카페에 가입했다. 창업과 관련하여 도움 좀 받을 수 있을 카페는 거의 가입을 해보았다. 창업을 도와주는 카페는 정말 많다. 창업을 도와준다는 카페 말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카페가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는 자명했다. 까페지기 및 일부 운영진이 까페의 운영을 주도하고 그들은 당신의 창업자금을 노린다. 당신이 정말 창업을 하고자 하면 창업 컨성팅이니 임장하는데 자리가 생겼니 하며 당신을 끌어들인다. 매일 글을 올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호의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은 당신의 창업자금을 노린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였건만, 실제로 글을 올리고 카페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대개 이런 사람들이다. 창업을 도와준다면서 구전을 먹는 그런 브로커다.
브로커, 컨설턴트, 창업플래너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다 똑같다. 창업과 관련해서 당신이 알지 못 하는 것은 그들도 알지 못한다. 그들의 말발에 쉽게 넘어가면 안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창업을 하는 사람 모두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못 벌면 그것은 당신이 게으르고 불친절해서 그렇기 때문이다.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불친절하고 게으를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장사는 안 되고 힘들고 지치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매출은 늘어나지 않고 어쩌다 한 명 오는 손님도 밥만 먹고 나가니 돈이 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유지를 해 나가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종업원은 이미 내 보낸 지 오래다. 마누라와 둘이 장사를 한다. 점심과 저녁에 시간제 알바로 부르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이 아주머니를 부르는 것도 어느 순간에 부담스러워진다.
장사가 안되니 식재료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싱싱한 것은 둘째치고 새벽시장에서 대용량으로 식재료를 사가지고 와야 원가라도 맞출 수 가 있는데 장사가 안되니 대용량의 식재료가 썩어 버린다. 식자재를 공급업체를 통해 받는 식자재도 냉장고 속에서 쌓이기만 한다. 생삼겹살에서 냉동삼겹살로 바뀐다. 결론적으로 식재료가 좋지 않으니 맛이 없다. 좋은 식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이 없어 좋은 식재료를 사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리기가 아까워 반찬으로 내준 고등어 조림에는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고등어가 너무 작다. 싼 맛에 한 짝 샀더니 아니나 다를까 비린내는 진동하고 머리, 꼬리 잘라내고 나니 살이 없다. 손님이 욕을 한다. 밥이 맛있어야 하는데 제일 싼 쌀을 사서 밥을 했다. 햅쌀에 단일 품종 쌀과는 20Kg에 15,000원 차이가 난다. 20Kg에 만 오천원차이가 나니 차이가 적은 것이 아니기에 작년 쌀 혼합미를 샀는데 밥을 해 먹어봤는데 맛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밥맛도 없는 것은 아니다. 먹을 만하고 압력솥에 금방해서 먹으면 햅쌀 브랜드 품종 쌀로 하는 것과 차이는 별로 없다. 압력솥에 금방해서 먹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손님이 없으니 공기에 밥을 퍼 담아 밥솥에 보관해서 몇시간이 지나니 밥에서 냄새가 난다. 냄새를 없애려고 흑미를 섞었다. 갓 한 밥맛 특유의 단맛과 향기. 쫄깃쫄깃 씹히는 감촉이 사라진지 오래고 어저다 온 손님은 밥을 남긴다. 남긴 밥을 가지고 누룽지를 끓여 손님에게 대접을 한다. 잔반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끓이다. 지역 인터넷 까페에 재탕 식당으로 소문나고 이제 식당은 폐업 직전까지 몰린다.
매일매일 습관처럼 창업카페에 들어간다. 장사가 잘 안되어 괴로운 마음을 털어 놓았더니, 순식간에 댓글이 달린다. 다들 장사가 안 되는 모양이다. 아님 이 시간에 댓글을 달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이다. 댓글의 대부분은 용기와 격려를 주는 그런 내용이다. 나도 당신만큼 장사가 안 된 적이 있었지만 참고 하다보면 잘 될 것이라는 격려가 줄을 잇는다.
다들 조심스럽게 메뉴를 바꿔 본다든지, 주방장을 바꾸라는 등 조언을 해준다. 뭔가 변화가 있어야 매출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밤 새 카페에 올라오는 이런저런 글 들을 읽어본다. 뭔가 다들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 뭔가를 시행해 보기에는 그 뭔가가 2% 정도 부족해 보인다. 카페회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뭐가를 해보기에는 겁부터 난다. 이제 밑천도 다 까먹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말 것도 없다.
실패하면 바로 죽음이다.
장사가 안 된다. 가게에 놓여있는 컴퓨터로 하루 종일 카페를 들락거린다. 다른 회원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기도 한다. 음식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을 올린 회원에게 물어본다. 비밀의 조리법을 알려 달라고 사정을 한다. 아직 내가 모르는 절대적인 마성의 레시피가 있는 것 같다. 회원님은 쪽지로 알려준다고 한다.
쪽지가 왔다. 한 번 만나자는 이야기다. 좋은 사람 한 명 알게 된 것 같아 좋은 마음과 의도로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 카페는 이래저래 도움이 되는 공간이다. 참 괜찮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여러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준다. 카페 활동을 부지런히 해서 임원이 되고, 그러면 여러 가지 정보를 좀 얻는 것도 있고 괜찮은 것 같다. 카페에서 알게 된 남자의 얘기를 들으니 혹한다.
그는 평생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살갑게 군다. 만난 결론은 역시나 새로운 창업을 권하는 내용이다. 비밀의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들면 대박은 문제없다고 한다. 그 비밀의 조리법은 창업을 결심하면 무료로 알려준다고 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자 한다. 노력하는 사람을 도와주고자 한다.
그냥 도와주면 될 일이지 뭐 그리 조건이 많은지 모르겠다. 자기가 지정하는 가게를 얻어야 한다고 한다. 목이 중요하다고 한다. 목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자기가 지정하는 가게랑 무슨 상관이 있나? 그 목을 꼭 자기가 확인하고 자기가 지정하는 곳을 구해야 하나?
비밀의 조리법을 얻기 위해 자기는 2천만 원을 썼다고 한다. 그 비밀의 조리법은 찜이라고 한다. 아귀찜, 동태찜, 해물찜에 들어가는 양념이라고 한다. 이 비법양념 하나만 있으면 맛있는 찜집으로 소문 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대한민국 숱하게 많은 찜집을 다녀봤어도 비밀의 조리법은 없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든 그렇지 않든 찜의 맛은 거의 대동소이하였다. 어차피 비슷한 양념, 비슷하게 들어가는 재료일 뿐이었다. 오히려 맛집과 맛집이 아닌 집의 차이는 양념이 아니라 조리의 기법이었다. 콩나물을 너무 삶아 흐물흐물 하다든가, 반찬으로 나오는 곁가지 음식이 하나같이 맛이 있고 정갈하다든가, 이외에도 냉동 아귀나 해물을 썼든가? 아니면 생물을 썼든가 하는 그런 차이에서 음식의 질이 결정 났다. 이 외에도 고춧가루를 국산 어느 지역의 것을 썼는가? 생마늘을 까고 바로 찧어서 넣었는가? 아니면 냉동 다진 마늘을 넣었는가? 하는 그런 것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 카페에서 만난 사람은 그러한 차이를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저 비법의 양념이 있고 이 양념비법대로만 조리하면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개소리만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원대한 꿈을 이야기 했다. 프랜차이즈를 차리겠다고, 이 비법을 구하기 위해서 2천만 원을 썼고, 그 찜집에서 3년 동안 머슴처럼 일했다고 한다.
그 찜집이 어딘가 물어보았다.
서울에 있다고만 한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비법에 미원이나 다시다가 들어가냐고 물었다.
얼버무린다. 아주 조금 들어간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지 못할 것이면, 그 비법 가지고 당신이나 프랜차이즈를 차리든, 가게를 차리든 하라고 얘기하고 일어섰다. 물론 그 비법이 이천만원의 가치가 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식당 음식의 비법은 이제 없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비법이 있다고 한 들 그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 특이한 재료가 좀 더 들어갔을 뿐이고 그래서 독특한 향이나 맛이 날 뿐이지 실제적인 차이는 없다.
카페를 통해 만난 그 사람도 브로커일 뿐이다. 그 비법의 양념장이라고는 하지만 그 양념장 역시 강한 매운 양념에 미원이 범벅이 된 양념일 것으로 추론을 한다. 카페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일단 경계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정보를 얻고자 하고, 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은 창업 컨설턴트 아니면 브로커였다. 물론 바쁜 가운데 소중한 정보를 올려주시는 현재 요식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분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의 사장님들은 창업 전에는 카페활동을 열심히 하셨는지는 몰라도 창업을 한 이후에는 카페에 댓글이나 글을 쓸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카페에 글을 남기는 것은 대부분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결론이다.
카페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것에 대하여, 진짜 돈 되는 정보는 절대 쉽게 공개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동네 식당을 차리는데 돈 되는 정보가 있다는 것은 이제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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