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스토리

공감 그리고 동감 - 2

몽환마교 2019. 10. 30. 10:28

공감 그리고 동감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필자의 심정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필자는 10년 다닌 직장이 한순간 부도로 사라졌다. 대기업 직원의 명예퇴직처럼 위로금 + 퇴직금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퇴직금과 체불된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 몰렸다. 그래도 사장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어려운 경기 속에서 10년간 먹고 살게 해 준 사람이다. 사람의 일생에서 직장생활 기간이 30년이라면 그 중 1/3의 기간은 먹고 살게 해 준 고마운 분이었다. 부도든 부득이한 직장 이직이든 누구나 일생에 한 번 이상은 겪는게 요즘 추세에 당연한 것은 아닌가?


어쩌면 당신은 필자보다 형편이 더 나을지 모르겠다. 갑작스런 부도가 아닌 명예퇴직 아니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면 최소한 밀린 월급은 없을 것이 아닌가? 창업 관련 카페의 오프모임에서 만난 창업 준비를 하는 여러분들을 보며 필자는 부러웠다. 가진 것 한 푼 없이 은행 대출로 시작을 해야 하는 필자와 달리 최소한 한번은 제대로 그리고 번듯하게 창업을 준비 해 볼 수 있는 자금을 받아서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한 번 실패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필자와 달리 최소 한 번의 기회는 더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다. 필자는 실패할 수 없기에, 실패하면 안 되었기에 카페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과는 달리 좀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창업에 관해 하나하나 챙겨보았다.


그 결과를 여기에 정리하는 것이다.


필자가 당부하는 이야기는 한가지이다.


가능한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창업은 하지마라. 명예퇴직금과 구조조정으로 가진 돈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돈을 지켜야 한다. 비참하고 힘들게 살더라도 가진 돈이 있다면 마음만은 비참하지 않다. 그러나 돈이 없으면 마음까지 비참해진다.


어느 날 창업을 했다고 카페에 홍보 글을 올리기도 했던 분이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창업을 준비한다고 다시 카페에 기웃대는 모습을 보며 전보다 못한 삶을 살아가고, 전보다 못한 수준의 창업을 재차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전보다 나았을 때도 안 되었는데 전보다 못한 수준의 창업을 해서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창업을 한다.

어차피 장사가 될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다. 장사가 되는 자리는 임대 매물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창업 초보자는 기존에 완벽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변자리. 노른자가 아닌 계란 흰자처럼 주변을 겉돌아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당신도 남들과 똑같다. 당신이 장사를 할 자리는 계란 흰자의 자리이다.

필자도 오랜 군대생활, 건설업체 경력 10년을 거치면서 쌓인 온갖 인간군상을 대하며 대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장사는 그런 것과 거의 상관이 없었다. 장사는 오직 자리와 자금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사업이다. 지금 필자는 가게 자리와 업종만 보면 월 매출로 어느 정도 뽑아 낼 수 있을지 감이 온다. 장사는 그렇다. 200짜리 순익을 원한다면 200짜리 업종과 자리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1000짜리 순익을 원하다면 1000짜리 업종과 자리를 선택해서 창업을 하면 되는 것이다. 200짜리 자리에서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1000짜리 수익은 나올 수 가 없는 것이다.


불행히 많은 창업초보자들이 이런 단순한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으로 창업이라는 미치고 환장하는 지옥의 길로 쉽게 들어서고, 또 지옥의 수렁에 빠지고 나서는 언젠가 천사가 나타나 구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또 한 번 돈과 세월을 낭비한다.

장사란 어렵지 않다. 창업이란 것도 어렵지 않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당신이 원하는 업종은 결국 당신이 가지고 있는 돈에 비례해서 선정될 뿐이고, 당신의 자질이나 적성, 희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도 그것을 할 만 한 돈이 없으면 그 모든 것은 헛된 희망에 불과하며, 전혀 다른 수준의 창업을 하고는 결국 나자빠지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역시 그랬다. 필자 역시 건설 회사를 다녔다고는 하지만 10년 넘게 행정업무와 자금 관리만 해온지라 속칭 길거리 지식이라고 불리는 장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회사의 부도가 목전에 다가오고 나서야 부랴부랴 창업 박람회를 기웃거리네, 책을 읽어보네. 난리를 치고, 각종 카페 가입해서 정보를 얻고, 장사가 잘되는 집 앞에 가서는 하염없이 그 집에 들어가는 손님이 몇 명인가 세어 보기도 했다.

 

어차피 장사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저 사람이 하는 식당이나 내가 하는 식당이나 다를 것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을 했다. 집사람과 함께 전국에 맛 좀 낸다는 김밥집이란 김밥집은 다 찾아다녀 보고, 감자탕으로 유명한 곳, 개인이 카페를 하는 곳 중 잘 되는 곳 등등 그래도 자신감을 좀 가지고 장사에 대한 도전을 좀 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은 다 돈이었다. 솔직히 필자의 마음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다. 솔직히 식당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일년 열 두 달 쉬는 날 없이 장사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큰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장사의 핵심은 집사람인데 집사람 역시 장사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성격에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지라 직장을 관두고 식당을 하라고 권유를 할 처지도 아니었다.

 

또한 식당은 돈이 많이 들었다. 우리가 가 본 많은 식당 중 맛으로 승부를 내고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온 집은 예외 없이 매장이 컸다. 이미 돈을 많이 벌었으니 거기에 맞추어 가게도 키워 온 것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큰 매장을 낼 돈이 없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다 쏟아 부어도 제대로 된 식당 같은 가게는 얻지 못했다.

 

또 설령 빚을 내서 규모가 있는 식당을 한다고 해봐도 주방장에게 휘둘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릴 것은 너무도 뻔한 일이었다. 우리가 공부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우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딱 그 얘기였다.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 없는 필자나 필자의 집사람이 주방장 없이 규모의 식당을 운영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이 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방장일텐데 필자의 안목에는 실력 있는 주방장을 구해올 인맥도 없거니와, 종종 들어본 얘기인 주방장한테 싫은 소리 한마디 했다고 그날로 보따리 싸서 나가겠다는 주방장을 다시 잡느라 이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직원인지 알 수 없다는 얘기, 주방장이 상전이라는 얘기.

 

그럼 큰 규모의 식당을 하지 않고는 특색 있는 식당을 해야 하는데 식당의 특성이 식사시간에 손님이 몰리는 특성이 있어 너무 작은 규모면 식당 자체가 힘들었다. 손님이 기다려서 먹어야 하는데 점심시간은 한정이 되어 있다면 누가 기다려 가며 식사를 하겠는가? 그리고 식사시간에만 한정을 두고 본다면 테이블이 적다면 회전할 수 있는 손님도 점심, 저녁 각 한 테이블씩 잘 되어야 14회전이 전부 일 것 같았다.

 

예외 없이 거의 모든 브랜드가 최하 30평 이상을 얘기였다. 30평이 마지노선이라고 했다. 그 이하로는 식당을 할 수 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30평도 필자에게는 너무나 부담이었다. 손님이 올만 한 곳에 있는 30평은 필자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는 도저히 쳐다 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또 알아본 것이 프랜차이즈가 아니고 개인이 하는 식당이었다. 종종 그런 곳이 있었다. 만두집이라든가? 국수집이라든가? 분식집이라든가? 라면, 김밥 등 10평 정도에서 혼자 운영을 하면 나름 중박은 칠 수 있다는 틈새식당이 있다.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카페 회원들과 김밥천국부터, 지방의 유명한 분식집까지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섭렵했다. 몇몇 군데에서는 필자의 일행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 사장님에게 한 수 훈수를 얻어 듣기도 했다. 피 같은 이야기였다. 예외 없이 조언을 해 준 모든 사장님들은 정확히 그리고 똑똑히 이야기 했다. 분식집을 하려면 차라리 붕어빵, 어묵, 떡볶이, 순대를 파는 노점을 하라는 것이다. 자기 가게 앞에 있는 노점을 바라보면 불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 씩 든다고 했다. 3천 원짜리 떡볶이 한 접시 먹으면서도 카드를 내미는 사람들을 뭐라고 욕할 수 도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자신의 가게 앞에서 세금도 내지 않고 100% 현금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한다.

 

일부 까페 회원은 노점상을 알아본다고 다니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그들을 따라 노점상 창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계절을 타는 떡볶이, 호떡, 순대 등의 스넥카는 정말 계절을 타는 듯했다. 일단 여름에는 완전 비수기였다. 비오는 날도 안 된다. 추우면 안 된다. 추우면 어묵국물이라도 먹을 것 같지만 추우면 그냥 지나가 버린다. 비오는 날은 그냥 집에서 쉬는게 낫다. 반짝 유행을 끌었던 이동식 테이크아웃 커피는 편의점 커피가 등장하며 나가리가 되었다. 원가 구조상 편의점 커피를 당해 낼 수 가 없었다. 한자리에서 오래 장사를 하기도 어려웠다. 신고라도 한 번 당하면 1주일 번 돈을 과태료로 내는 날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차를 세워놓고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릴 수 는 없지 않겠는가? 문제는 그 허허벌판에도 편의점은 있었다. 그만큼 계절과 입지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노점상이었다.

 

틈새시장으로 일부 까페 회원이 관심을 가진 것은 뻥튀기였다. 인간극장에서 형제들이 모두 뻥튀기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곡물 한 됫박 튀기고 오천 원을 받는데 정말 괜찮아 보였다. 인간극장 속의 형제들은 하루에 50방 이상 튀겼다. 큰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기계 한 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뻥튀기가 그래도 제일 괜찮아 보였다. 요즘 웰빙 식품이니 해서 나름 찾는 사람도 많았고, 그래서 필자와 단짝으로 계속 연구를 해왔던 한 회원과 함께 왕십리에 가서 뻥튀기 기계를 중고로 구입했다. 나름 괜찮은 제품을 50만원에 구입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실패였다. 보기엔 쉬워도 뻥튀기를 만드는 것도 나름 노하우가 있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제대로 된 뻥튀기를 만들게는 되었지만 그때부터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6월부터 8월까지 수시로 오락가락 하는 비는 하루도 제대로 된 장사를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뻥튀기 기계의 특성상 좀 한가한 길에서 뻥튀기를 만들면 되기에 단속이나 텃세 그런 것에 대한 문제는 좀 없다. 그런데 곡물을 가지고 나오는 손님이 없었다. 어디 아파트 알뜰장에라도 들어가야 했는데 진입비가 적지 않았다. 날씨도 문제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서 쉬었다. 날씨가 오락가락 한 날도 쉬었다. 흐린 날도 쉬었다. 맑은 날이 아니면 뻥튀기를 튀기러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미리 튀겨서 봉지에 조금씩 담아 파는 뻥튀기도 며칠만 지나면 곧 눅눅해졌다. 팔 수 가 없었다. 이것도 나름 장사인데 자리를 잡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어디 지방의 장날마다 돌아다니며 뻥튀기를 튀길까도 생각 했는데 나이 오십에 기약없는 장돌뱅이 인생을 살려니 너무 가슴이 떨려 결국은 뻥튀기를 접었다.

 

보기와는 달리 쉬운 장사는 없었다. 작은 돈을 투자하고 월급 정도는 쉽게 가져간다는 것은 정말 도둑놈 심보였다. 그만큼 어려웠다. 분식집을 하는 사장님의 눈에는 노점상이 정말 알짜인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제의 노점상은 얼른 돈을 모아 어디 가게라도 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졌을지 모를 것이다.

 

필자도 짧은 시간이지만 한번 경험해 본 노점상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신들도 그럴 것이다. 오며가며 붕어빵 천원어치 3마리 사서 나눠 먹으며 어묵 국물까지 마시고 이거 은근히 알짜 돈 되겠는데 세금 한 푼 안내고 말이야 말은 쉽게 하지만 일부 지역을 빼고는 한자리에서 노점상을 계속 오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은 그렇다. 필자도 버티지를 못했다. 그나마 50만원을 주고 산 뻥튀기 기계는 다시 50만원에 팔렸다. 중고로 산 기계이니 만큼 경기가 어려운지 뻥튀기 장사라도 하겠다는 분이 나오셔서 쉽게 팔았다. 기계 자체로만 보면 필자의 손해는 없었다. 그리고 필자는 대신 경험을 얻었다.

 

가끔 길을 가다보면 식당 폐업을 하는 장면을 볼 때가 있다. 식당 내에 있는 집기 비품과 주방용품을 살 때는 몇 천을 주고 장만 했지만, 특히 좀 제대로 장사를 해보겠다는 분들은 사기그릇에 상호까지 새겨 넣은 그릇까지 직접 맞추시는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준비할 때는 몇 천이지만 팔 때는 오백을 받기도 힘들다. 하지만 노점의 특성은 특별한 문제만 없으면 산 가격에 거의 되 팔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 존재는 한다. 평생 모은 재산으로 번듯한 식당 하나 차렸는데 결국 장사가 안 돼 폐업을 하게 된다면 그 막대한 손실에 대해서는 피눈물이 흐를 것이다. 투자한 돈의 절반이나 건지면 다행이겠지만 월세를 못내 보증금을 까먹었다면 당신이 가져갈 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들어간 적자분에 대한 것까지 반영한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알거지로 다시 세상 속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필자는 그렇게 돈을 들인 적이 없지만 만약 당신이 식당을 운영해서 실패를 하게 된다면 당신은 알거지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도 잘하면 본전은 되지 않겠냐고?

 

글쎄다. 필자가 속했던 카페의 회원 중에 일 년이면 거의 50여명 정도가 창업을 하는데 솔직히 그중에 재미 좀 본다는 분은 없었다. 본전치기까지 했던 분은 몇 분 계셔서 당분간은 계속 운영을 해보겠다고 하시고 대부분은 근소한 적자를 보거나 1년 안에 가게를 정리했다.

 

까페지기는 그랬다. 안 될 것 같으면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사는 길이라고 그랬다. 좀 더 자리를 잡힐 때까지 버티다 보면 대박을 치지 않을까 하는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박은 없다. 중박도 없다. 처음에 자리를 못 잡으면 나중에도 자리를 잡지 못한다. 처음에 온 손님을 맛이든 분위기 든 끌어당기지 못하면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닫는 것이 상책이다. 어차피 당신의 맛은 당신 옆집의 맛과 똑같다. 그리고 돈 몇 푼 가지고 차리는 가게에서 분위기로 승부를 낸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 아니겠는가? 현실은 눅눅치 않다. 그 점에서 당신이든 필자든 똑같다.

 

당신은 필자보다 더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당신의 10%의 생존 확률보다는 90%의 실패 확률을 믿기에 감히 당신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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